반도체 후공정 OSAT의 모든 것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칩을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뉩니다. 이 글에서는 반도체 후공정 중 흔히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라는 약어로 불리는 과정에 대해서 너무 기술적인 내용은 가급적 배제하고 산업적으로 왜 OSAT가 중요한지 국내외에는 주로 어떤 회사가 있는지를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1. 반도체 후공정, OSAT이란?

반도체 제조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전공정과 웨이퍼에서 인쇄된 칩을 개별 칩으로 자르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포장하고, 제대로 된 성능을 보이는지 검사하는 후공정으로 분류됩니다. 반도체 후공정은 반도체 8대 공정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공정으로 조립, 패키징, 테스트 3개 공정이 이에 해당합니다.

종합반도체 회사에서는 후공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물량이 많거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OSAT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있으며, TSMC와 같은 파운드리는 보통 이 후공정을 외부에 위탁하여 진행하기에 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용어로 ATMP가 있는데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Assembly, Testing, Marking and Packaging 의 앞 글자마나 따서 ATMP라고도 불립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반도체 후공정에서 처리하는 일을 알아봅시다.

  • 회로 패턴이 형성된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분리 (Assembly)
  • 개별 칩이 제작된 웨이퍼의 배선 연결 및 밀봉 (Packaging)
  • 성능 및 신뢰성 테스트 수행하여 불량 여부를 판정 (Testing)



2. 후공정이 중요해진 이유

이미 대다수 전자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의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어 전공정 기술 개발에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머신러닝, 딥러닝 등 반도체의 고성능화와 원가절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반도체 후공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시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패키지의 초소형화와 이에 따란 기술 난이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반도체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첨단 패키징 시장 대응을 위해 TSMC와 같은 대형 파운드리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IDM(종합 반도체 회사)은 직접 반도체 후공정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첨단 패키징 전담 조직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사업화’ TF를 CEO 직속 부서로 신설하였으며, TF 책임자는 박철민 메모리사업부 상무가 맡고 있는 등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을 알고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또한 경계한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몇 년 뒤 여러 개 칩을 한 개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첨단 패키징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 보았습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제조 및 R&D 센터 건설을 위해 150억 달러(약 19조 원) 투자한다고 합니다.

3. 글로벌 OSAT 시장 및 주요 기업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욜디벨로프먼트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OSAT 세계 시장 규모는 2019년 575억 달러에서 연평균 5.3%로 성장하여 2026년 82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OSAT 시장은 대만, 중국이 시장의 3/4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Amkor를 제외한 존재감 있는 기업은 없는 실정입니다.

  • IDC 발표 2022년 자료 기준, OSAT 시장점유율 세계 1위는 대만의 ASE로 2003년 ASE가 Amkor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후 19년 동안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위와의 격차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음
  • 글로벌 상위 10개사의 본사 소재지를 놓고 보면 대만이 6개사, 중국이 3개사, 미국이 1개사로 Top 10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
  • 국가별 점유율로 보면 대만이 49.1%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26.3%, 미국 18.8%이며 한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점유율은 5.8% 수준



4. 우리나라 주요 OSAT 기업

세계 OSAT 시장 점유율 25위 안에 드는 우리 기업은 하나마이크론, SFA 반도체, LB세미콘, 네패 총 4개사에 불과합니다.

기업명사업 분야
하나마이크론와이어본딩, 플립칩, 웨이퍼 레벨 패키지 등의 패키징에 주력. 메모리 전문 후공정에 주력했던 사업구조를 개선해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테스트 사업의 매출 비중 확대 중
SFA반도체패키징, 범핑(웨이퍼 범핑, DPS), 테스트 서비스
LB세미콘범LG 계열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시스템 반도체에 경쟁력 가짐
네패스테스트부터 패키징까지 후공정의 거의 모든 과정을 ‘턴키’로 제공. 첨단 팬아웃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FO-WLP)과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 보
* 범핑(Bumping) : 반도체 칩과 기판 단자 사이에 전기적 연결을 확보하는 배선 공정에서 칩 위에 미세한 돌기 즉, 범프(Bump)를 만들어 기판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

5. 우리나라 OSAT 기업 육성 정책

정부도 올해 3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정책’을 통해 전공정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설계에서 제조,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키우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3,600억 원 규모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 후공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키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OSAT 업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의 패키징 물량을 단순 처리하는 하도급 성격의 역할을 담당하였고, 메모리 위주로만 연구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발전한 해외 OSAT 업계와 기술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인 ‘차세대지능형 반도체사업단’에 지난해 후공정 전문가 4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이 사업단은 2030년까지 국내 OSA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1%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데, 산업 육성 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 OSAT 업계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앞날이 궁금해집니다.